샤워를 마치고 보니 욕실 바닥이 물웅덩이가 되어 있거나, 세면대 물이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아침부터 마음이 급해집니다. 구미 산업단지 근처 인동 원룸처럼 욕실이 좁고 바닥 배수구가 하나뿐인 집에서는 이런 일이 더 잦습니다. 급한 마음에 해 보는 방법이 오히려 관을 더 막아 버리는 경우가 많아, 욕실 바닥과 세면대에서 흔히 하는 실수를 하나씩 짚어 드립니다.
눈에 보이는 머리카락만 걷어 내면 끝이다
배수구 덮개를 열면 보이는 머리카락 뭉치는 막힘의 입구일 뿐입니다. 그 아래 물이 고여 있는 굽은 자리에는 비누 때와 샴푸 찌꺼기가 머리카락과 엉겨 젤리처럼 붙어 있는 일이 많습니다. 위쪽만 걷어 내면 물이 잠깐 빨라졌다가 며칠 뒤 다시 느려집니다. 이 굽은 자리와 그 너머 바닥 밑 가로관까지 스프링을 넣어 걸린 것을 끌어내야 제대로 풀립니다.
철사 옷걸이를 펴서 넣으면 쉽게 뚫린다
옷걸이 끝은 뭉치를 걸어 올리기보다 가운데를 찔러 안쪽으로 밀어 넣기 쉽습니다. 밀려간 뭉치는 굽은 자리를 지나 바닥 밑에서 다시 걸리고, 그때부터는 손으로 꺼낼 길이 없어집니다. 날카로운 끝이 플라스틱 관 안쪽을 긁어 놓으면 그 흠에 때가 더 잘 붙기도 합니다. 덮개를 열어 손에 닿는 것만 꺼내 보고, 그래도 물이 고인다면 거기서 멈추시는 편이 낫습니다.
세면대가 느린 건 마개 탓일 뿐이다
세면대 마개 둘레에 머리카락이 감겨 있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마개를 빼고 닦아도 느리다면 그 아래 트랩이나 벽으로 들어가는 관이 좁아진 것입니다. 면도 찌꺼기와 치약, 비누 때가 섞여 관 벽에 얇게 쌓이면 물길이 조금씩 좁아집니다. 트랩을 직접 풀어 보실 생각이라면 바닥에 수건과 대야를 먼저 두시고, 안에 든 고무 링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따로 모아 두십시오. 링이 비뚤게 들어가면 세면대 아래로 물이 샙니다.
새로 들어온 방 배수구는 깨끗할 것이다
인동동과 공단동 원룸은 일하러 온 분들이 들고 나는 일이 잦아 세입자가 자주 바뀝니다. 앞서 살던 분들의 머리카락과 때가 바닥 밑 관에 그대로 남아 있다 보니, 이사 첫 주부터 물이 느린 방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내가 쓴 탓이라고 자책하지 말고 집주인이나 관리인에게 일찍 알려 두십시오. 입주하는 날 욕실 물을 한 번 틀어 보고 빠지는 모습을 짧게 찍어 두면 나중에 이야기할 때 든든한 근거가 됩니다. 막힌 위치를 확인해 보면 방 안 배수구 쪽인지, 옆방과 함께 쓰는 관 쪽인지 가려져 누가 맡을지 정하기도 쉬워집니다.
거름망을 빼 두면 물이 더 잘 빠진다
거름망에 머리카락이 쌓이면 물이 느려지니 아예 빼 두는 분이 있습니다. 그러면 당장은 시원해도 걸러질 머리카락이 모두 관 속으로 내려갑니다. 거름망은 끼운 채 샤워가 끝날 때마다 비우는 것이 관을 지키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거름망을 비웠는데도 느리다면 그때는 관 속을 들여다볼 차례입니다. 뚫어도 금세 다시 막히는 욕실이라면 바닥 밑 관을 내시경 화면에 띄워 무엇이 어디에 걸려 있는지 함께 봅니다.
락스를 부어 두면 막힌 것까지 녹는다
락스는 곰팡이를 없애고 냄새를 줄이는 데 쓰는 것이지, 엉킨 머리카락 뭉치를 녹이는 물건이 아닙니다. 막힌 배수구에 부어 두면 고인 물에 섞여 오래 머물 뿐이고, 그 위에 산성 세정제라도 더하면 눈과 목을 찌르는 기체가 올라옵니다. 원룸 욕실은 창이 작거나 아예 없는 곳이 많아 이런 기체가 쉽게 빠지지 않습니다. 이미 부으셨다면 문을 열어 두고 환풍기를 켠 채 기다려 주시고, 무엇을 얼마나 넣었는지 말씀해 주시면 확인한 뒤에 작업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바닥 배수구와 세면대가 함께 느려졌어요
두 곳의 물이 바닥 밑에서 한 관으로 합쳐지는 욕실이 많습니다. 함께 느리다면 그 합쳐지는 지점 뒤쪽이 좁아졌을 가능성이 커서, 어느 쪽 배수구로 장비를 넣을지부터 정한 다음 작업합니다.
야근하고 들어와 밤에 막힌 걸 알았어요
물을 더 쓰지 마시고 욕실 매트와 바닥에 둔 물건만 치워 두십시오. 밤에도, 주말과 공휴일에도 출동하니 그대로 연락하셔도 됩니다.
물은 잘 빠지는데 배수구에서 냄새만 올라와요
배수구 아래 굽은 자리에 늘 고여 있어야 할 물이 마르면 관 속 냄새가 그대로 올라옵니다. 출장이나 귀성으로 며칠 비운 방이라면 배수구마다 물을 넉넉히 채워 두고 하룻밤 지켜보십시오. 그래도 코끝에 냄새가 걸린다면 관 속에 썩은 찌꺼기가 쌓였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